끝없는 조선일보의 왜곡버릇?..또 '폭도'로 몰린 무고한 시민들

끝없는 조선일보의 왜곡버릇?..또 '폭도'로 몰린 무고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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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속이기는 쉽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속이기는 어렵다. 비밀과 보안, 심지어 은폐와 조작이 난무했던 어둠의 시절에도 이 명제는 참이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더구나 실시간으로 전지구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뉴미디어 이용도가 높고 역동성이 강한 한국에서 거짓과 가짜가 설 자리는 많지 않다. 그 사안이 어떤 것이던 간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미 교포 가짜 물대포 동영상 파문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25일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에 물을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글과 함께 인터넷에 올라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경찰의 수사결과 이 동영상은 지난해 3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반FTA집회 장면이었고, 재미교포 장모씨가 인터넷에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허위 동영상은 여러 네티즌들이 퍼나르면서 초기 많은 사람들을 자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해 이 동영상이 왜곡됐음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이 사실을 어찌 조선일보가 놓치랴. 조선일보는 호기를 만났다는 듯이 지난달 30일자 신문에서 장씨의 사례를 집중 부각시키며 자신들이 주장해오던 괴담설과 배후설의 확실한 증거로 삼았다. 조선일보는 '미국에서 미국 쇠고기 먹으며 광우병 선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무현 정부 때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불법 시위를 진압한 동영상을 최근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장면인 듯 속여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재미교포 장모씨로 밝혀졌다"며 "이 동영상이 퍼져나가 한동안 '경찰이 폭력 진압을 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고 경찰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이어서 "광우병 선동가들의 논리대로라면 장씨는 광우병 소를 몇 마리는 먹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지금 이 사람은 광우병에 걸리기는 커녕 옛날 동영상을 지금 것인 것처럼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을 속일 정도로 머리를 잘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또 "장씨는 어쩌면 그 가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날도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빵 사이에 집어넣은 햄버거를 먹었을지 모른다"며 "이 땅에서 앞으로도 장씨 닮은 인간(지식인 사기꾼)들이 숱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 동영상을 통해 세뇌되기보다는 오히려 동영상에 두툼한 겨울옷을 입은 진압 경찰의 모습이 나온 점등을 들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등 냉철하게 대응했다. 불순세력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이 틀렸다는 반증이다.

한편 괴담설의 배후로 장씨 등을 지목하며 조선일보가 이런 사설을 실었던 그날 저녁과 이튿날 새벽 경찰은 아이러니하게도 쇠파이프나 막대기도 하나 없이 촛불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정조준해 발사하는 등 강경진압으로 일관했다. 이날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찢어진 시민, 경찰의 군화발에 짓밟혀 뇌진탕 진단을 받은 여대생에 이르기까지 부상자만도 수백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이 시위현장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동영상에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피를 흘리는 시민들과 근거리에서 발사된 물대포에 맞아 버스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민 등 경찰의 폭력진압 증거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6월2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

그러나 조선일보는 경찰의 이런 무지막지한 대응에 대해 비판의 칼을 들이대기 보다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폭도처럼 묘사하기에 바빴다. 지난 2일자 신문 1면에 시위대가 경찰차를 점거한 사진과 함께 "시위 인파 중 일부는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려다 경찰 버스의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 양상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시위 시민들을 비난했다. 불과 3일전 사설에는 "옛날의 동영상을 지금 것인 것처럼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을 속였다"며 "앞으로 장씨를 닮은 '지식인 사기꾼'이 숱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호들갑을 떨던 조선일보가 불과 몇 시간 후에 물대포가 실제 촛불집회 현장에 등장하자 이제는 무고한 시민들을 폭도로 돌변시켜려 애쓴 것이다.

상황변화에 따라 논조가 바뀌고 장사를 위해서는 안보까지도 이용한다는 조선일보의 재빠른 변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1980년 5월에도 조선일보는 사태 발생 5일째 되는 22일자에야 겨우 신문에서 처음으로 광주 사태를 묘사하면서 왜곡을 일관했다. 그 당시 조선일보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서울을 이탈한 학원소요 주동학생과 깡패 등 현실 불만 세력이 대거 광주에 내려가 사실무근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퍼뜨린 데서 기인됐다"며 보도했다. 심지어 "광주사태를 고정간첩과 연결시킨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말을 여과없이 그대로 반복하여 보도"하기도 했고, 급기야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기까지 했다.

유언비어로 시작해 불순세력에 의한 배후설 그리고 폭도... 그로부터 28년이라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 사설에서 주장했던 '앞으로도 숱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지식인 사기꾼'이 재미교포 장씨가 아니라 조선일보 자신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최근 며칠 사이 여론의 큰 흐름에 놀랐는지 조선일보의 친정부적 논조는 어느새 정부를 비판하는 양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양심적 언론인들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진실을 외면한 채 기득권 유지와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리콜을 요구하고 있다.

<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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