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W는 레드오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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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W는 레드오션인가?"


황치규 기자 (delight@zdnet.co.kr)   2008/09/07
이명박정부
[지디넷코리아]정말이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거품도 있었고, 쓴맛도 봤다. 산전, 수전, 공중전 다 치러봤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스타 벤처 사업가중에 상당수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싸늘한 시선과 회의론뿐이다. 절망감이 느껴진다.

2008년 가을, 대한민국소프트웨어(SW)산업의 기상도는 대충 이렇게 묘사된다.

반도체가 한국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한국산' 휴대폰과 디스플레이가 세계를 누비고 다닐때, SW는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천억원을 넘긴 국내 SW기업은 하나도 없다. 해외 시장서도 마이너중 마이너일 뿐이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우물안에서조차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급기야 이런 얘기도 들린다.

"솔직히 5년후가 안보인다" 

무명 벤처 사업가의 절망섞인 푸념이 아니다. 

대표적인 스타 벤처 사업가로 꼽히는 안철수가 한국 경제를 향해 부르짖는 외침이다. 위기론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의 말대로 한국SW 산업은 지금 지칠대로 지쳐있다.

창업 열기는 확 식어버렸고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의 성향은 갈수록 ‘안정지향형'으로 바뀌고 있다. 우수 인력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전산을 전공한 뒤 의학대학원으로 방향을 트는 학생들이 늘고 있단다. 그나마 의욕이 있던 개발자들도 속속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새로 둥지를 틀고 있다. 벤처는 '찬밥신세'다.

이들을 향해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느니 편한것만 추구한다느니하며 거룩하고도 지당한 말씀을 늘어놓기에는 우리네 현실이 너무 척벅하다. 뻔한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다.

창업이 줄고 사람들이 떠나는 국내SW벤처 생태계는 지금 혁신의 잠재력이 점점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은 '슈퍼갑'이고, 중소SW벤처는 철저하게 '을'임을 요구받는 요상한 권력관계도 별로 변한게 없다.

한마디로 악순환이고, 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이쯤되면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SW산업의 현주소다.

한국 SW생태계가 항상 '우울증'에 걸려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 생기가 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동안은 해외 무대를 향한 '노크소리'도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K-리그를 주름잡았던 축구스타들이 유럽무대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국내 대표 SW업체들의 해외 시장 성적표도 '기대 이하'였다. 성과가 없다고는 볼 수 없으나 솔직히 내세울게 많지 않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돌아오는 것은 회의론뿐이다. 하다하다 안되니까, "어차피 안되는 것 아냐?"란 인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SW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전통산업과 IT의 융합을 표방하는 '뉴IT'란 등장했지만, 아직은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IT에서 SW는 그저 SW로 불리울 뿐이다. 세분화돼 있는 다른 분야와는 어딘가 '엇박자'가 느껴진다. 그저 '끼워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뉴IT는 지난 10년간 별 재미를 못봤던 IT벤처보다는 대기업에 정책적 힘을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다. 

'토목 경제'의 위력도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기관 통폐합에 따라 각종 공공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공공시장 의존도가 높은 SW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SW산업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가는 이유다.

묻고싶다.한국경제에 SW는 레드오션인가?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자동차와 '토목경제'만으로 한국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

그럭저럭 성장은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경제가 연간 7% 성장한다고 해서 한국을 '불안한 사회'로 몰고가는 고용 불안과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기업들이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이 과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안철수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대기업 중심 구조로 가도 잘먹고 잘사는 나라도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구조는 매우 위험합니다. 대기업 고용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현재 130만명 정도밖에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머지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2천만명을 고용하는 중소기업들이에요

"얼마전 대기업 총수분들이 정부와 만나 투자를 통해 7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했다는데 그렇더라도 대기업 고용 능력은 137만명 아닙니까? 한국은 중소기업에 있는 2천만명을 주목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거기서 일어나잖아요."

결국 한국경제는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고용과 양극화 문제를 그나마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급 인력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는 결국 경쟁력있는 중소벤처 생태계 구현에 달렸다는 것이다.

안철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SW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크다는 여론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표면화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전세계적으로도 SW파워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서버와 데스크톱을 넘어 웹과 모바일에서도 SW는 판세를 좌우하는 중량감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웹과 SW 그리고 통신과 방송간 컨버전스도 가속화되고 있다. SW와 웹간 컨버전스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쏟아지고 있다. 세계 IT산업 혁신의 중심에 SW와 웹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SW 때문에 휴대폰을 사게 만들겠다"는 빌 게이츠의 호언장담도 지금 애플과 구글에 의해 현실화되고있다.

애플이 선보인 3G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곧 출시될 구글 모바일SW 플랫폼 안드로이드는 지금 세계 통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몇년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IT산업 전반에 걸쳐 SW파워가 커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다들 한국이 휴대폰 강국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서비스 인프라를 갖췄다는 찬사도 쏟아진다.

맞는 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은 신기술 수용에 거부감이 없다. 한국이 모바일 관련 SW는 승부를 걸어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폐쇄적인 이동통신 환경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모바일SW가 한국에 아직도 남아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다.

지디넷코리아는 변화하는 IT환경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SW가치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W가 한국이 반도체와 휴대폰 그리고 자동차에 이어 또 하나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그래도 '확률높은 승부수'임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다.

벤처 특성상, 실패 가능성이 크기는 하지만 자본과 인력 그리고 정부 정책이 잘 버무려져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SW는 한국 경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촉매'란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다.

적어도 '토목경제'보다는 SW에 힘을 실어주는게 여러모로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전통산업과의 융합이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든 핵심은 바로 SW란 것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지디넷코리아는 한국SW산업의 현주소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갈 것이다.

물론 몇년째 듣고 있는 뻔한 얘기들을 반복할 수 있다. 그래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SW가치를 알려나가는 작업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한국에 SW는 없다'고 단정짓기엔 지금은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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