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IOC위원 복귀'만? IOC는 이건희 징계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209094513&section=02

http://www.olympic.org/en/content/The-IOC/Members/Mr-Kun-Hee-LEE-/?articleNewsGroup=-1&articleId=76796

 

이건희 씨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복귀가 신문과 방송의 주요 소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구글 뉴스에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 IOC위원 복귀" 제목의 기사가 150여 개에 달한다. 이건희 씨의 IOC 복귀로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IOC윤리위원회가 이건희 씨를 견책하고(reprimand), 5년 동안 산하위원회 활동을 금지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부만이 언급할 뿐이다.
이건희의 항변 "나는 IOC의 윤리도덕을 거스르지 않았다"
한국 언론이 취재에 게을러서인지 아니면 삼성의 로비에 밀려서인지 보도하지 않은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이건희 씨가 법원의 집행유예와 대통령의 사면을 근거로 IOC에다 대놓고 자신은 IOC의 윤리기준에 비추어 볼 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IOC윤리위원회가 2010년 1월 25일 스위스 로잔에서 회의를 열어 채택한 결정문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IOC윤리위의 결정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참조 및 사실관계: (…) 2009년 8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은 삼성그룹 주식의 불법 매각으로 인한 세금 포탈, 주식시장 불법행위, 배임 행위를 이유로 이건희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와 1100억 원의 벌금을 결정하였다. 이것은 최종 판결이었다. 이건희 씨는 벌금을 냈다. 2009년 12월 31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건희 씨를 단독 사면했다.
2010년 1월 13일 이건희 씨는 윤리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이 중간 정도의 처벌(a moderate sanction)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신의 행위가 윤리도덕(ethics)을 거스르지 않았고, 올림픽 운동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경기와 다양한 국제스포츠연맹들에 대한 후원을 통해 올림픽과 스포츠 운동을 항상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이건희 씨가 '집안'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국민들이 정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면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이야기를 할까 싶었는데, IOC에 보낸 의견서를 보면, 이건희 씨의 속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씨는 자신이 윤리도덕을 거스른 적이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했고, 때문에 국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충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씨는 자신이 윤리도덕을 거스른 적이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했고, 때문에 국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충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뉴시스

IOC는 "유죄로 드러난 이건희 씨 행위의 본질"에 주목
하지만, 불행하게도 IOC의 입장은 이건희 씨와는 달랐다. IOC윤리위는 결정문의 '의견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의견: (…) 윤리위원회는 판결의 폐지(removal)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씨의 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intact)는 점에 주목한다.
이점에서 윤리위원회는 올림픽 관계자(party)의 행위가 윤리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그 행위 자체의 범죄구성 여부와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임을 상기한다. 동일한 행위라도 나라에 따라 형법상으로 처벌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행위들은 윤리적으로 그릇된 것일 수 있다. (…)
윤리위원회는 유죄로 드러난 이건희 씨 행위의 본질을 고려하여, 그의 행위가 IOC윤리강령 B.5에서 말하는 올림픽 운동의 명성을 더럽혔다고 판단한다. (…)
IOC윤리강령 B.5는 "올림픽 당사자는 올림픽 운동의 명성을 더럽힐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어 윤리위 결정문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결정: 윤리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IOC헌장 22조에 따라 IOC 집행위원회는,
1. IOC위원 이건희 씨가 올림픽헌장과 IOC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저버렸고, 올림픽운동의 명성을 더럽혔으며, 그 결과 올림픽헌장과 IOC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결정할 것.
2. 올림픽헌장 23.1.1조에 따라 이건희 씨에 대해 다음의 처벌을 부과할 것.
a) 견책
b) IOC의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5년 동안 중지할 것.
2010년 2월 7일 IOC집행위원회는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승인한다고 결정했다. YTN과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은 용감(!)하게도 이건희 씨가 견책을 당했고, IOC의 산하 위원회에 참가할 권한이 5년 동안 정지되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러한 벌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건희 씨가 범법행위를 저질러 올림픽 정신을 더럽혔음을 IOC가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IOC대변인 마크 아담스는 이건희 씨가 "IOC가 줄 수 있는 가장 센 처벌 3개 가운데 2개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장 센 처벌 가운데 남은 하나는 제명(expulsion)이다.
"스포츠의 실천은 '인권'"이라는 올림픽의 정신
올림픽헌장에는 "올림픽 정신은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윤리 원칙들에 대한 모범과 존중이라는 교육적 가치에 토대를 둔 삶의 방식을 창조하려 노력한다. 스포츠의 실천은 인권이다. 모든 사람은 아무런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에 따라 운동을 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올림픽 정신은 우정, 연대, 그리고 페어플레이의 정신과 함께 상호 이해를 요구한다"고 나와 있다.
나아가 IOC는 쿠베르탱을 비롯한 올림픽 운동의 선구자들이 주창해 오늘의 올림픽 헌장에 반영된 윤리·인권의 원칙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운동경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방식에서 실천하고 적용해야 하는 푯대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올림픽 정신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IOC에서 축출당하는 수모를 면한 이건희 씨는 국민들이 정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의 충고를 들으니 정직하게 살기가 종종 힘들기도 한 보통 사람의 머릿속에 스타 여배우가 읊조리던 명대사가 떠오른다.
"너나 잘 하세요."

/윤효원 ICEM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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