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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부러지게 회의하는 비결은?
리더, 방임형-카리스마형 왔다갔다 변신하라!
1993년 누적적자가 3년 동안 180억 달러에 달했던 위기의 IBM에 부임한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 Jr.) 회장. 그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회의 개혁이다. 구태의연했던 회의 문화를 바꾸자 IBM은 완전히 달라졌다. 10년 후, IBM은 8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2002년 비즈니스위크는 루 거스너 회장을 세계 최고의 CEO 1위로 선정했다. 루 거스너 회장처럼 우리 회사 회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회의 시간대별로 꼭 알아야 할 노하우를 공개한다. (편집자주)
조찬 임원회의부터 월례회의, 신사업 회의, 아이디어 회의 등 온종일 회의에 시달린 김바쁨 대표. 30분도 맘 편히 모니터 앞에 앉아있지 못했다. 윤성실 사원도 마찬가지. 여러 회의를 쫓아다니다 퇴근 시간에서야 ‘내 일’을 한다. 회의 좀 줄일 수 없나? 사장부터 사원까지 직급에 관계 없이 많은 직장인들의 소망이다. 열린 조직 문화로 바뀌면서 훌쩍 늘어난 회의는 어느새 필요악과 같은 존재가 됐다.
MIT 슬론의 200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은 1인당 평균 매주 6시간에 달했다. 직책이 높아질수록,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회의 시간도 늘어나 과장급 이상은 한 주 평균 23시간이나 회의에 참석한다. 임원의 경우, 전체 업무의 약 70%가 공식, 비공식 회의로 빼곡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렇게 회의가 많은데, 과연 만족도는 어떨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지난 10월 실시한 서베이에서는 임원의 85%가 회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행과 구성이 비효율적(39.2%)이고, 결론 없이 끝날 때가 많고(36.1%), 회의시간이 길고(19.8%) 너무 자주한다는 것(19%). '딱 내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비단 임원들만의 불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인과 스카우트 코리아가 2007년 직장인 9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1%가 '회의문화에 불만'이라 응답했다. 만족하는 경우는 20.4%에 그쳤고, 나머지 25.5%는 '별 생각 없다'고 답했다. 회의문화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의 시간이 비효율적(39.2%)이라 느끼기 때문이다. 결론이 없이 끝나는 것(36.1%)도 큰 이유다.
이렇듯 늪에 빠진 회의를 누가 구해낼 수 있을까? 조직 내 많은 문제가 마찬가지이듯, 리더가 먼저 나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피라면, 회의는 그 피를 뿜어내는 심장 역할이다. CEO는 조직의 심장에 거센 펌프질을 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회의 前: 안 해도 될 회의를 가려라
직원들이 회의가 많다고 불만이 많아서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업무에 집중하자고 선언한 김바쁨 대표. 그러나 회의를 줄이려고 나서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업팀은 영업팀대로, 재무팀은 재무팀대로, 각자 자기가 담당한 회의는 중요하니 빼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사실 그 동안 쓸모 없는 회의를 하고 있었을 리도 없다. 회의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꼭 필요한 근육은 키우고 불필요한 뱃살만 쏙 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회의를 줄여야 할까?
회의는 정보를 나누는지 생각을 나누는지, 그 흐름이 일방적인지 상호교환적인지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1) 정보전달(정보가 일방적으로 흐름), 2) 정보논의(정보를 상호교환함), 3) 생각전달(생각이 일방적으로 흐름), 4) 생각논의(생각을 상호교환함) 회의의 네 가지다.
그렇다면 이 중 빼놓지 말아야 할 회의는 4) 생각논의 회의다. 혼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을 여러 명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토론하는 자리가 회의이기 때문이다. 각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회의 시간에 활발히 나누는 것이 주가 되는 회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근육과도 같은 존재이니 챙겨야 한다. 아이디어 회의와 의견조율 회의가 이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다음달 직원 워크숍 계획과 부서별 담당업무를 전달하거나 논의하는 1) 정보공유, 2) 정보논의 회의는 이메일이나 게시판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주간회의와 같은 보고식 회의도 포함된다. 본부별 진행상황을 매주 본부장 회의에서 보고한다고 할 때, 영업본부장이 보고하는 동안 다른 본부장은 내용을 듣기보다는 이따 내가 보고할 내용을 다시 눈으로 훑고 있기 일쑤다. 이런 비효율을 내버려 둘 것인가? 본부별로 별도 보고를 간략히 받거나 문서로 대체하자.
회사의 비전이나 가치관 등을 직원들에게 전하기 위해 임원급들을 모아 임원회의를 갖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이러한 3) 생각전달 회의는 임원회의, 팀장회의, 팀회의 층층이 전달되는 것보다는 전 직원을 모아 조회나 방송 등으로 반복해 여러 번 전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회의 中: 카멜레온처럼 리더의 색깔을 바꿔라
“그래! 이제 생각을 나누는 회의만 남겼다!” 회의 다이어트를 해내고 의욕에 넘쳐있는 김 대표. 그런데 회의 진행에 대한 조언이 왜 이리 많은 걸까? ‘회의 때 리더가 말을 많이 하면 참석자들이 의견을 펼 수 없다’,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좋다’… ‘어차피 이 말 저 말 다른데, 그냥 내 스타일 대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어떤 유형이든 틀린 것은 아니다. 회의 종류에 따라 리더의 스타일을 카멜레온처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아이디어 회의에는 자유방임형 리더로 변신
IGM 비즈니스 리뷰에서 2009년 2월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회의 진행 시 참가자들이 소극적으로 회의에 임하는 것(60%)’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지금부터 아이디어를 내보게!” 멍석을 깔아주면 뒤로 도망가는 것이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아이디어가 없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딱딱한 분위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선,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딱딱한 사무실을 벗어나 야외 워크샵을 나가는 것도 유용하다. 야외로 멀리 가기가 시간상 부담스럽다면 회사 근처 커피숍도 똑똑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경영섹션 위클리비즈의 이지훈 팀장은 “회사 앞 커피숍에서 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트위터에서 공개한 바 있다.
둘째, 아이디어 회의에서만큼은 직급에 큰 관계 없이 ‘계급장’을 떼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회의실 상석에 늘 CEO가 앉고 아래 직원들이 줄줄이 앉는다면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자연스러운 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노 미팅(No tie-no title)을 도입해 효과를 봤다. 회의할 때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서로 직급을 부르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광고회사의 특성을 십분 고려한 것이다. 현대카드에서는 회의 때 상석을 없앴다. 서열 순으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회의실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셋째,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라. 브레인스토밍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컨설팅 기업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on)은 경영자의 70% 이상이 조직 내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대중화 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오해가 많다. 1940년대 초 광고회사의 중역 알렉스 오즈번이 처음 브레인스토밍을 고안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그 효율성을 증명하려 노력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이끌려고 노력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적은데다, 실패를 하더라도 책임을 서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려면 룰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하지 않는 것, 모든 구성원들이 무조건 의견을 쏟아내는 것, 연상 기법을 활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디자인회사 IDEO는 최고의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회사, 즉 ‘Best Brainstomer’로도 명성이 높다. IDEO에는 유쾌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7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바로 포커스된 주제를 던지는 것이다. 훌륭한 질문을 던져야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어떻게 하면 X회사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보다는 ‘우리의 A제품에 대해 고객이 제기하는 B라는 불만을 어떻게 개선할까?’를 물어보자. 초점이 좁혀지면 진짜 답이 나온다.
넷째, 멍석은 깔아주고 리더는 뒤로 물러나라. GE에서는 CEO가 회의 시작할 때에만 참석해 회의의 목적을 전한 후 먼저 퇴장한다. 그 후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참가자들을 이끌어 회의를 진행하고, 의견에 대한 가부 결정은 뒤로 미룬다. 참가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의견조율 회의에는 카리스마형 리더로 변신
회의 진행할 때 CEO가 느끼는 어려운 점이 참가자들의 소극적인 참여라면, 두 번째는 무얼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CEO들은 ‘회의 참석자들이 공감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33%)’고 답했다. 합의 도출은 그러면 누가 해야 할까? 리더의 역량에 달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는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라더니…’ 의아해진 김 대표. 그러나 의견을 조율하며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주도하는 것은 한 사람이 내리는 독단적인 결정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카리스마형 리더는 어떻게 회의를 주도할까?
첫째,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논리를 검증하라. 회의에 참석한 각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대표하며 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회의 리더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소 여섯 번은 질문해 각각 이해관계자들의 논리가 완전한지를 충실히 검증해야 한다. 이른바 ‘Why 6 질문’이다. ▲왜 그 사업을 ▲왜 그 지역에서 ▲왜 그 시기에 ▲왜 그 사람에게 ▲왜 그만한 비용을 들여서 ▲왜 어떤 목적에서가 바로 그것이다.
둘째, 건전한 갈등은 일부러라도 조장하라. 그러나 분위기가 쏠려 있으면 반대의견을 내고 싶어도 여간 해서는 주변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이럴 때에 '싸움닭'이 반대의견을 내면 너도나도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인텔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는 "혁신 기술 개발에 비견될 만큼 많은 시간을 논쟁과 갈등에 할애한 것"을 인텔의 성공비결로 꼽는다.
셋째, 만장일치의 함정을 피하라. 반대의견을 아무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싸움닭의 역할을 리더가 할 수도 있다. 일부러라도 만장일치로 결론이 나기 전에 “난 좀 납득이 안 되는데…” 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면, 그때까지 입 닫고 있었던 사람이 “저도 사실은…“ 이러면서 의견을 내고, 함께 논리를 보완시켜 갈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다고 해서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회의 後: 마지막 5분을 놓치지 마라
‘이렇게 안 해도 될 회의는 줄이고, 회의 성격에 맞춰 때론 부드럽게 때론 카리스마 있게 회의 진행도 잘 하면 되겠군!’ 뿌듯해진 김 대표. 끝까지 잊지 않아야 할 마지막 팁이 있다. 회의의 마지막 5분이 회의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 어떤 회의든 마치기 전 5분만 시간을 내어 합의 내용을 꼼꼼히 재확인 하라. 회의 끝 무렵에는 두고 온 업무와 다음 일정에 너나할것없이 마음이 급한 때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결정한 사항이 정확히 무엇이었죠?”라는 짧은 질문과 답으로 회의를 리뷰해 보자. 모니터 또는 칠판에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써내려 가 보면, 분명 “잠깐만요, 그게 우리 팀에도 해당이 되었나요?”, “그것까지 하는 건가요? 몰랐는데…”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 잠시 논점으로 돌아가 서로의 합의사항을 재확인하면 회의 시간 이후에 ‘딴 소리’ 하기가 어려워진다. 삼성그룹에서는 회의가 종료되면 반드시 회의 요약하는 시간을 갖는다. 회의의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목적을 달성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짚음으로써 회의가 회의에 그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한다.
혼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을 여러 명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토론할 수 있는 회의. 회의 진행별 팁을 기억한다면 참석자들도 만족하고 결과도 만족스러운 회의를 우리도 이제 할 수 있을 것이다.
어귀퍼귀 10-11-23 04:07
최고경영자와의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숙제를 한아름 받아들고 나오게 됩니다. 그 회의가 업무보고 회의라거나 프로젝트 결과 보고 등의 경우 더 하지요. 하지만, 글에서 분류하신 것처럼 회의를 딱 부러지게 구분하는 것도 사실 용이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업종에 따라서, 회사 규모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업무결과 보고를 하면서 보고자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고할 수도 있습니다. 리더로서는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게 맞지만, 회의의 리더가 아닌 사람도 회의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려면 회의를 통해서 개진해야 할 아이디어, 업무 내용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모든 사람이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목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회의하는지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당연한 것이라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내가 주관하는 회의나 참석하는 회의를 마치고 시간낭비라고 생각되었던 적은 없었는지... 많지는 않은 것같은데, 전혀 없는 것도 아니군요...
오지영 10-11-23 14:11
안녕하세요. 기사를 작성한 오지영 연구원입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말씀 주신 대로, 회의를 구분하는 것은 무 자르듯 명쾌하게 잘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단, 회의를 줄여야겠다는 전제를 가지고 회의의 종류를 구분할 때에 좀더 MECE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류를 고안해 보았습니다. 회의가 줄어들어 꼭 해야 할 회의만 남는다면, 참가자들이 회의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가치있는 회의시간을 채워가는 것도 보다 수월해질 것입니다.
정이사 10-11-25 09:17
시간과 형식은 슬림하게! 내용은 집중해서!
들마을 10-12-01 08:57
실속있는 회의란 참 어려운 것입니다. 참석자들이 회의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늘 껍데기만 가득한 회의가 되니까요..
김정훈 10-12-03 09:15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조직내 구성원들의 지적 역량이나 열정이 높으면 회의를 자주 하지 않아도
정말 이메일로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입장에서 구성원들의 역량이 모자란다고 판단하면, 그때 부터 회의가 회의가 아니고 반은 교육시간이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나라 대기업 생활인 것 같습니다.
정말 위의 글처럼 좋은 회의를 할려면 조직원들에 대한 충분한 역량개발이 우선이 되어야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읽고 큰 도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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