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통계가 부동산 투기 부추긴다

잘못된 통계가 부동산 투기 부추긴다


[특별기획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 ①] 통계로 보는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부동산문제 해결은 건강한 공동체, 희망의 공동체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이제 비정상적 가격 폭등과 불로소득은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은 정권과 관계없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이런 바탕 위에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주택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에 대한 논란을 이제 정리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특별기획>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 시리즈를 앞으로 10회 연재한다.



부동산 이슈는 베스트셀러면서 스테디셀러다. 부동산만큼 항상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도 없고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관심을 끌어 온 주제도 드물다. 그래서 부동산에 관한 한 대한민국 웬만한 사람들은 전문가 수준이다.

관심이 높고 전문가가 많으면 오가는 얘기가 많은 법. 부동산 가격이 어디가 얼마나 올랐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이렇게 갈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게 문제다 등등 부동산 전문가만이 아니라 당장 집 살 계획이 없는 사람도 자신이 얻은 정보와 희망을 섞어 한 마디씩 내놓는다. 이런 얘기들은 구전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유통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나아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부동산에 관한 이 수많은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 하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기초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일부 언론은 '참여정부 3년 동안 아파트값 390조 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았다. ‘전국 아파트 가격 시가총액이 2002년 말 715조원에서 지난해 말 1,105조 원으로 390조원 상승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통계를 보고 불안해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일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생활비고 노후대비고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떻게든 집장만이 먼저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이것저것 볼 것 없이 부동산 투자가 0순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잘못된 통계다. 참여정부 출범 이전에 465만호였던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의 증가로 3년 동안 557만호로 늘어났다. 100만호 가까이 아파트가 새로 생겼으니 당연히 아파트값 총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걸 두고 ‘아파트 값 390조 상승’이라고 주장하는 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과장하기 위한 통계 왜곡이다.

게다가, 부동산 업체에서 내놓는 호가 중심의 시세자료를 근거로 아파트 값을 계산했으니 실제 가격 상승과 관계없이 엄청나게 폭등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기본이 안 갖춰진 통계다. 이런 통계가 사람들의 판단과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면 시장 참여자들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지난 3년간(2003년∼2005년말) 아파트값 실제 상승률을 정확하게 말하면, 15.3%다.(<통계4> 참조)

돈 되는 정보, 희귀한 정보, 충격적인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다. 정확한 정보는 정확한 통계에서 나온다. 정확한 통계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을 들춰주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열쇠가 된다. 반면 잘못된 통계는 판단을 오도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 부동산 관련한 주요 통계를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에 관한 진실과 오해를 짚어 본다. 이 글에서의 통계는, 주택가격 통계 중 통계청에서 유일하게 승인한 국민은행 자료를 기초로 만들었다.

아파트·집값 급등의 핵심은 강남과 ‘버블 세븐’

<통계1> 최근 3년간 아파트값 얼마나 올랐나 = 아파트 값과 관련해서 흔히 하는 얘기는 두 가지다. 최근 아파트 값이 크게 올라 불안하다는 얘기와, 우리 지역은 안 올랐는데 일부 지역만 폭등해 속상하다는 얘기다.

2003년∼2006년 3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17.5%, 서울은 23.6%다. 이보다 더 오른 지역에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방이나 서울 강북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지역은 그 정도 안 올랐다, 오르기는커녕 몇 년째 제자리다, 심지어 몇 천만 원 떨어졌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당연한 현상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52.2%나 올라 서울과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부쩍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하기만 해도 강남의 아파트값은 서울 전체 아파트(강남 포함) 보다 2.2배나 더 올랐고 전국 아파트(강남 포함)보다는 3배나 더 올랐다. (* 이 글에서 ‘강남’은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세 개 구를 말함)



강남과 강남 뺀 서울, 서울과 서울 뺀 전국을 비교하면 실상이 더 분명해진다. 2003년 이후 강남 아파트값은 52.2%나 올랐고 강남을 제외한 서울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13.7%에 그쳤다. 강남이 비강남에 비해 3.8배나 높다. 서울과 서울을 뺀 전국을 비교해보면 2004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2.1%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상승률 6%의 두 배다.

강남의 영향을 받는 몇몇 특수 지역의 아파트값 동향도 강남 못지않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강남을 포함한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6.0%로 ‘버블 세븐’ 지역을 제외한 전국 상승률 5%의 5.2배다.

결국 최근 아파트 값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진원지’는 강남과 그 영향을 받은 일부 특수지역인 셈이다. 강남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문제지만, 강남의 비정상적 현상을 마치 부동산 시장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시키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많은 사람들을 실제 이상으로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통계2> 최근 3년간 집값 얼마나 올랐나= 아파트를 포함한 집값 전체의 상승률을 살펴봐도 양상은 비슷하다. 2003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3년 동안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9.3%, 서울이 15%였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집값 상승률은 7.6%로 서울의 절반수준이다.

강남과 비강남 지역을 비교해보면, 2004년 이후 강남 집값은 21.4%가 올라, 강남을 뺀 서울지역(4.6%)보다 무려 5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버블 세븐’ 지역 상승률은 20.7%로 이들 지역을 제외한 전국 집값 상승률 1.6%의 12.9배였다.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 역시 강남과 이를 포함한 ‘버블 세븐’ 지역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파트값이든 집값이든 부동산 가격 문제의 핵심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문제라는 점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강남 고가 아파트 1채 = 전국 평균 아파트 8채

<통계3> 전체 아파트값 총액은 얼마나 되나 = 2006년 1월1일 현재 전국의 아파트 수는 688만 2천호. 문제의 핵심인 강남의 아파트 수는 그 3.6%에 불과한 24만8천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숫자는 적어도 강남 아파트값 총액은 만만치 않다. 강남아파트 24만8천호의 공시가격 총액은 140조4천억원으로 전국 아파트값 총액 873조7천억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하 2006년 1월1일자, 06년 아파트 공시가격, 건설교통부)

‘버블세븐’ 지역으로 확대해 봐도 이 지역의 아파트수(63만5천호)는 전국 아파트의 9%에 불과하지만 공시가격 총액은 자그마치 252조7천억원으로 전국 아파트값 총액의 29%나 차지한다.

아파트값은 강남 내에서도 서열이 나눠진다. 강남 지역 중에서도 대표적인 고가아파트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삼성동 아이파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4개 단지 아파트의 총 호수는 8,268호(전국 아파트의 0.12%). 이들 4개 단지 아파트의 공시가격 총액은 8조6천억원이다. 호당 평균 10억4,700만원인 셈이다. 전국 아파트 호당 평균가가 1억2,694만원이니 이들 4개단지 아파트 한 채 값은 전국 아파트 8.2채와 맞먹는 수준이다.



정치선동과 통계 분석의 차이

<통계4> 최근 3년간 아파트값 390조 올랐다? =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충격적인 통계’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인용해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의원은 지난 4월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02년말 715조원에서 '05년말 1,105조원으로 증가하여, 참여정부 출범 후 3년간 아파트 가격이 390조원이나 상승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지난 4월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02년말 715조원에서 '05년말 1,105조원으로 증가하여, 참여정부 출범 후 3년간 아파트 가격이 390조원이나 상승하였다”고 주장했다.
3년 전에는 아파트 총호수가 465만호였고 지난 3년 동안 100만호 가까이 새 아파트를 지어 아파트 총호수가 557만호로 늘어났으니 신규 아파트가격 181조를 포함하면 아파트값 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아파트 가격 390조원 상승”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의원이나 이를 그대로 받아쓴 일부 언론이나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의원의 통계는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호가 중심의 시세자료를 토대로 시가총액을 계산했다. 업계가 제공하는 호가 자료가 기본적으로 부풀려져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아파트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주장하려는 유혹 때문에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정치선동이지 책임 있는 입법기관과 언론의 통계 분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통계청이 조사방법의 적정성을 상세히 검증해 공식통계로 승인해준 국민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5.3%다. 비슷한 기간(2003.1∼2006.3) 52.2%나 오른 강남 지역의 상승률이 집중 보도되면서 전국 아파트값이 대폭 상승한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국민은행의 조사결과,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가격은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연평균 2.6%(누적 상승률 7.7%) 상승해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3.3%), 임금상승률(7.4%)보다 낮은 수준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 3년 동안의 연평균 상승률(8.9%)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집값이 급등한 서울을 제외할 경우 전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6.5%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상승률 20.2%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계5> 전국 땅값 821조 올랐다? = 통계 왜곡은 땅값 통계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 들어 전국 땅 값이 821조원 상승해 상승률이 60.7%나 된다고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2002년 1,355조원에서 2005년 2,176조원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토지가격 821조 상승’은 정확하게 얘기하면 공시지가 상승분이다. 공시지가 상승분에는 3년 동안 실제 땅값이 올라 그 상승분이 반영된 것도 있지만 그동안 공시지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조정하면서 생긴 상승분도 포함돼 있다. 공시지가가 실제 가격보다 너무 낮아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환수와 공평과세 실현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실화한 것이다. 이 부분은 실제 땅값이 상승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공시지가 상승분 821조원에서 과세를 위한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조정분 587조원을 제외할 경우 실제 지가 상승분은 234조원으로 감소한다. 또한 공시지가 상승분 821조원에는 국민의 정부 기간인 2002년도 공시지가 상승분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실제 참여정부 기간 동안(2003.1.1∼2005.1.1) 공시지가 상승분은 631조원으로 과세를 위한 공시지가 조정분 517조원을 제외할 경우 실제 상승분은 114조원으로 다시 감소한다.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상승률을 제외하고 정확하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땅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연평균 4%(누적 상승률 12.8%)로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3.3%와 참여정부 출범 직전 3년간 연평균 땅 값 상승률 3.6%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통계6> 전국 땅값 1153조 올랐다? = 경실련은 더 자극적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땅 값이 1,153조원 올랐다는 것이다.

경실련이 주장한 땅값은 땅값이 비싼 132개 지역을 표본으로 이를 전국 2790만개 필지에 적용해 토지가격을 추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또한 토지가격을 산정할 때 건물가격에서 단순 건축비를 공제한 후 이를 모두 토지가격으로 환산함으로써 땅값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 가령,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아파트 평당 시세가 5,000만원이 넘는데 이 중 평당 건축비 300만원만 공제한 후 나머지는 모두 땅값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통계는 속일 수 없다. 집값이든 땅값이든 오른 것을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실 이상으로 집값, 땅값 상승률을 부풀려 국민들을 자극하는 것은 자칫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통계 왜곡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이런 식으로 부풀려진 통계가 시장에 나오면 전국 집값이 폭등하고 온 나라가 부동산 투기에 휩싸였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대·재생산 된다. 웬만한 사람은 부동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고, 다시 언론에서는 극소수 비정상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소수의 투기세력 동향을 집중 보도하게 된다. 국민들의 내 집 마련 눈높이는 모두 강남이나 목동에 맞춰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남는 것은 망국적 투기 열풍과 서민의 좌절감뿐이다.

‘맞춤 대책’으로 비정상 투기열풍 확산 차단

차분하게 현실을 분석해보자.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상승 국면은 과거의 부동산 투기열풍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의 투기열풍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시작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전월세값 폭등에 따른 서민 주택대란으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나 최근의 부동산 비정상 구조는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국지적인 현상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참여정부가 지난 3년 간 주력해 온 것은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강남과 ‘버블세븐’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투기열풍이 확산되지 않았다. 참여정부 들어서 서민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8.31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이른바 강남과 ‘버블세븐’ 지역의 투기근절을 위한 ‘맞춤식’ 대책이다. 그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금융·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 등 ‘버블세븐’의 집값이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에 의해 급등했다며 거품 가능성을 계속 해서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 이후 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4분의 1로 폭락했다. 지금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강남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폭탄돌리기가 끝나면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

최근 부동산 통계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부동산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강남과 ‘버블세븐’의 집값도 반드시 잡힐 것이라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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